일상에서 마주친 지속가능성 한 장면
가장 화려한 핫플 속 식품사막
서울의 4대문 안, 대기업 본사들이 꽉 차 있고 젠지들이 와서 노는 힙한 바이브의 을지로3가. 이곳에 2년간 살고 있습니다. 청계천 바로 앞에 뚱딴지 같이 서있는 주상복합 아파트인데 재미있는 것은 청계천을 경계로 북쪽인 종로3가로 들어서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이쪽은 60~70대들의 핫플입니다. 여기서 이런 게 팔릴까? 싶은 짝퉁 가방과 운동화도 거리 좌판에서 잘 팔리고, 멋지게 입고 데이트 나온 시니어 커플 일색입니다. 아쉬운 것은 상권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예전엔 종로 어학원 학원생들이 붐비던 화장품 가게나 액세서리 가게들이 다 사라지고 공실 천지입니다.
남들은 일하러, 놀러 오는 곳을 주거지로 터 잡고 살고 있는 입장에서 이 오래된 서울의 핵심 동네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은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파는 가게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정육점, 세탁소도 귀합니다(고분양가로 인해 아파트 상가는 대부분 미분양 상태). 물론 대형마트 배달과 어플로 해결되지만, 그냥 가볍게 조금만 사야할 때 갈만한 곳이 전혀 없었습니다.
원래 식품사막이란 인구가 소멸하고 교통 환경이 열악한 지역에서 신선한 식재료를 구하기 어려운 사회 문제를 말하는 용어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하루 200만명의 인구가 오간다는 중구 트리플 역세권 아파트에서 식품사막의 불편을 정확히 경험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상호도 대충, 천막 간판을 임시로 단 청과상은 어찌나 반갑던지요. 요리를 즐겨하는 사람에겐 이곳이 오아시스입니다. 어르신들과 관광객, 주변 상인들도 꽤 많이 구매합니다.
식품사막이 된 서울의 심장, 종로.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의 성격이 바뀌면서 생긴 지역의 상권 변화와 사회 인구구조 변화를 상징하는, 종로3가 대로변의 인기 과일 가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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